합창 수업을 마치고 문화회관을 나오던 길에 구보를 한 부 가지고 왔다.
국가 보훈 기념일인 당월 6일에 무얼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기사를 읽다 신문을 덮으니 뒷면에 부산 시민을 초대해
기념 음악회를 연다는 광고가 전면에 실려 있었다.
사상구와 영도구 두 지역의 구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해군 군악대의 협연이었다.
군악대! 새하얀 제복에 절도 있는 동작과 박력 있는 음색을 떠올리니
필히 관람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공연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고 했다.
서둘러 행사 장소로 향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지체하다가 30분 전에야 공연장에 도착했다.
조국을 위해 충성한 이들을 기리는 기념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대극장 로비 홀에는 음악을 감상하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나긴 줄의 끝에 서서 오래도록 기다렸더니 드디어 출입문이 보였다.
문 앞에 말끔히 차려 입은 한 사람이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악수도 하면서 인사를 하는 게 보였다.
왠지 익숙한 얼굴이라 했더니 내빈으로 소개될 때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사상구청장이었던 거다.
친근하게 인사를 하며 아는 체를 하기도, 모른다며 멀뚱하게 쳐다만 보기도 무안한 순간이었다.
연주회의 막이 오르고 자신을 해군 중사라 소개한 여성 사회자 한 사람과
음악평론가로 해설자 역할을 하겠다는 남성 사회자 한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섰다.
진행자들의 인사말과 내빈 소개가 끝나고
공연 무대를 가득 메운 좌석 중앙에 제복을 입은 군악병들이 자리하였다.
무대의 첫 순서를 여는 오프닝 곡은 라라랜드 삽입곡 모음이었다.
경쾌한 선율의 연주음이 울려퍼지자 덩달아 흥겨웠다.
본 순서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각 장의 테마는 1부 민족, 2부 단합, 3부 호국으로 이어졌다.
1부 민족을 주제로 한 무대에서는 영도구청소년오케스트라가 J.Sibelius의 핀란디아를,
사상구청소년오케스트라가 A.Dvorak의 슬라브무곡 8번을 각기 선보였다.
https://youtu.be/xcEA6XZHBlo?si=wfQ8B3lqHW59GVEy
https://youtu.be/WIywT8fKVZA?si=FD1CRYz9AhUJw2w9
2부 테마인 단합의 선두로 사랑의 협주곡 열연에 이어 바순과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이 뒤따랐다.
사상구/영도구 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해군 군악대 지휘자 셋이 차례로
바톤을 이어받아 곡을 지휘하는 진행 방식이 흥미로웠다.
W.A.Mozart가 작곡한 바순을 위한 협주곡은
그의 곡 가운데 바순을 주 선율로 내세운 유일한 곡이라고 한다.
이 곡의 연주는 해군 상병 이성재 분이 하였는데, 감상하는 동안 까다로워 보이는 악기를
저만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일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TLQpI6nULdg?si=RrqQdeoa8Oh1PMPU
여성 바순 연주자가 협연한 공연 영상을 찾아서 업로드해본다.
가녀린 여인이 공연 내내 자기 키만한 악기를 메고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 트럼펫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등장해 연주한 곡은 아랑훼즈 협주곡과 산체스와 아이들이었다.
트럼펫 연주를 맡은 이는 한국 최초의 여성 수석 트럼펫 연주자 이나현 분이었다.
아랑훼즈 협주곡은 토요명화를 여는 곡으로 오랜 옛 기억 속 익숙한 멜로디여서 추억에 잠겨 감상을 했다.
https://youtu.be/wcVkXZCpCN8?si=B6T-wv2buXpyN4wq
같은 곡을 해외 여성 트럼페터가 연주한 사례가 있어 동영상 링크를 가져와 보았다.
그 외에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 멜로디를 편곡하여 선보였고,
국악인 김아름이 출연하여 오케스트라 악단과 협동한 공연을 펼쳤다.
이 땅에 태어나 사는 나는 행복하지 않으냐는 후렴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https://youtu.be/2U8STbV8XK8?si=LeDCUicH2LAhT_gZ
3부 호국 테마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에필로그 곡을 필두로
명량해전의 웅장한 음악으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며 공연의 모든 순서를 매듭 지었다.
가슴 뛰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다음에도 이러한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면 망설임 없이 참석할 것이다.
청소년 교향악단과 해군 군악대 연주자 분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덕분에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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