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에 이 화가의 초대전이 열린다기에
그 소식을 접하자 바로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닮은 소녀같은 주인공을 보면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봄직한 그림에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그 여주인공이 바로 알머슨과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 작가의 더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
1층 안내데스크에 예매 확인을 받고 티켓을 발급해왔다.
티켓에 채택된 작품 그림은 새파란 호수에 몸을 담그고 구름을 쓴 주인공이다.
계절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겠지만 색상에서 여름이란 계절감이 느껴져 마음 한 구석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그 날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 선득선득 한데다 세찬 비가 내려 봄의 온화함을 느끼기에는 일렀기에 더욱 그랬다.
+ + 한 가지 여담을 덧붙이자면,
이 그림에서 이걸 발견한 분이 계실까 모르겠다ㅋ
자세히 보면 호수 수표면에 닿는 작품 주인공의 가슴께에 비죽 솟아오른 빨간 부분이 보인다.
무엇인지 궁금해 한참을 뚫어져라 노려보고서야 작게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차가운 물 속에 있더라도, 하늘 위 구름 속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 속에는 늘 사랑이 불타고 있다는 뜻일까?
예매권을 입장권으로 바꾸고 나면 전시회 입장권과 함께 작은 티켓을 하나 더 쥐어주는데
그것은 디저트 교환권으로, 관람객을 위해 마련한 운영진의 자그만 성의였다.
원 교환품은 마들렌이지만 재고가 소진되어 만쥬를 나눠준다고 하였다.
무엇이 되었건 관람 후에 맛있게 즐길 거리가 생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들떴다.
입구 옆에는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작품을 배경으로
화가의 이름을 영어 알파벳으로 세워둔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관람 유의사항을 내건 표지판을 보고 회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전시회의 표제어는 Andando.
영어로 표현하면 Walking이 되나보다.
전시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Painting Life'
화가의 작품 인생 30년을 통틀어 추구해 온 예술과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한다.
+ + 내 작품 감상의 경향을 보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하나의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기를 즐긴다.
부분적으로 세밀한 곳까지도 샅샅이 살피다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도 있다.
작가가 자기의 예술 세계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 창작 활동을 하며 작품에 반영하고자 하는 추구점을
드러내는 의미를 가진 이번 전시회의 대주제 '걸어나감' 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위 작품에도 숨겨진 디테일이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이 손에 들고 걷는 여행 가방의 겉면에 언뜻 문자로 이뤄진 무늬라고만 여기는 인쇄물이
실은 작가가 거쳐온 활동 무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기반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 지역인 바르셀로나에서부터,
마드리드, 로스앤젤레스,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
그리고 서울.
전시된 작품 가운데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그림도 있었다.
사진 촬영은 규정상 금지되어 있어서 진열된 그림들은 눈으로만 감상을 하고
전시장 한 켠에 배치한 체험 공간에 설치된 모형들과 놀다가
기념품샵을 구경하는 것으로 관람을 마쳤다.
깜찍한 강아지 모형
어린이들은 이 앙증맞은 조형물을 보면 등에 올라타기를 서슴지 않았다 ㅋㅋ
아빠, 엄마, 아기로 구성된 단란한 가족의 조형
체험 공간을 둘러싼 인물과 집 그 외 사물들
하나의 마을처럼 테마를 설정해 꾸며놓은 공간이라
연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기기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신나는 체험을 하기에도 최적이었다.
전시 공간을 모두 살펴보았으니 이제 전시가 열리는 시설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한다.
전시회는 예매 후에 행사 장소를 지도 검색해보며 알게 된 문화공간 피아크에서 열리고 있었다.
영도의 동해안을 따라 집합해 있는 공업단지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한 면이 해안선에 접해 있어 조망이 멋진 곳이었다.
카페, 베이커리에서는 디저트 & 음료와 함께 오션뷰를 즐길 수 있었다.
미창석유 정류소에서 버스를 내리니 모던한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주변은 황량하여서 이런 곳에 문화행사가 열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날씨마저 흐려서 시설 건물의 외형적인 멋이 퇴색되어 보였기에 더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건물 명칭을 내건 표지판을 통해서 시설명인 피아크가 영문 알파벳 P와 ARK의 조합으로 탄생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방주'라는 함의가 있다는 사실도.
방주라고 표현한데에는 언제 누구와 함께 하든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체험하고
문화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주변 환경이 워낙 문화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에는 척박한 지역인 것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바다 건너 조선소가 늘어선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계단식으로 설계되어 테이블 옆에 놓아둔 방석 위에 자리하게 한 공간도 있었는데,
전시 관람을 끝내고 난 뒤 무료 시식 디저트 마들렌을 먹은 곳이기도 하다.
+ + 마들렌이 소진되어서 품목이 대체되었다더니 교환권을 내밀자 내 손에 쥐여준 것은 마들렌이었다ㅋ
창가로 다가가자 눈 앞에는 잔디가 푸르른 축구장과 크루즈가 정박하는 제방이 펼쳐졌다.
본 시설을 선전하는 포스터가 건물 내 곳곳에 붙어 있어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데, 그 규모가 국내 최대라니! 설핏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던 사실이나 발견하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피아크에서 지출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시내에서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혜택 제공 시설 목록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참고로 해도 좋을 듯하다.
피아크는 상당한 규모의 실외 가든을 가진 시설이라는 점도 소개했으면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 날은 간간이 비가 내리기도 하는 끄물끄물한 날씨여서
모든 사물이 어둡게 보였으므로,
가든에 펼쳐진 잔디도, 그 위에 설치한 알록달록한 조형물도, 빛이 바래보여 안타까웠다.
사진 속에서도 원색과 고유의 분위기가 살지 못하는 것 같다ㅠ
잔디 마당의 초입에는 미니 버스가 세워져 있고,
그것을 타고 바캉스를 떠나는지 뜰떠 있는 단란한 가족이 그 안에 있었다.
버스는 온통 오색찬란한 꽃들고 뒤덮여 있어 흐린 날씨를 한탄하게 했다.
실외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과 그 너머 바다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마당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점심에는 1인 기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스테이크 세트를 즐길 수 있어 추천할만 했다.
정작 나는 다른 메뉴를 주문했지만ㅋㅋ
부산시에 거주하고 있어도 방문하기 먼 거리에, 불편한 교통편, 관광할 거리가 없는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그 자체로 '파라다이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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