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어져오던 상영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에서 상영회를 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상영 목록을 훑어보니 관람하고 싶은 작품이 여럿이었으나
내가 소식을 접한 시기가 늦어 이미 전체 운영기간의 2/3가 지나 상영 종료가 된 후였다.
상영작 리스트를 유심히 살펴보며 상영 예정작 중 내가 선택한 작품은,
시네마 천국
자, 그럼 이제부터 감상회에 막을 올립니다!
오래 전 학생 시절에 주말마다 방송하던 명화 상영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토요일 밤마다 정겨운 음악과 함께 시작되곤 하던 영화 선정작들..
내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가
이 글을 쓰기 위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무려 1980년대 후반 작품이란다.
줄거리
이탈리아의 조그만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토토'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지나온 시간의 길을 되밟는다.
마을 성당의 주교를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던 토토는
영화관에서 상영 전 필름의 내용을 심의하는 주교를 그 너머에서
커텐 틈 사이로 몰래 지켜보면서 영화에 꿈과 열정을 품게 된다.
영사실에도 곧잘 드나들던 소년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친분을 쌓게 된다.
전쟁으로 친부를 잃은 토토는 알프레도를 아버지이자 친구처럼 여기며 의지한다.
꼬마 토토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장난기가 다분하여
알프레도가 곤란해 할 만한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영화를 공통의 관심사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정이 든다.
영화는 극장 파라디소를 중심으로 그 당시 시대 상황에 따라
마을과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변모해가는 모습을 배경에 펼쳐진 풍경을 통해 보여준다.
오늘날의 영화관과는 달리 그 시대의 극장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울고 웃던 생활 공간의 일부였다.
영화를 매개체로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던 알프레도와 토토에게 어느 날 큰 사고가 닥친다.
극장에 난 화재로 시설이 전소하고 알프레도는 목숨을 간신히 건졌으나 눈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알프레도와 토토, 둘의 우정은 변치 않는다.
토토가 성장해 나가는 동안 토토 자신에게도, 마을에도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가정 환경과 꿈 사이에 간극으로 인해 갈등을 겪던 어린 토토는 첫사랑과의 이별로 인해 좌절을 맛보게 된다.
알프레도는 그 누구도다도 그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그렇기에 토토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시골 마을에는 젊은이에게 밝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를 옆에 두고 오래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의 성공과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애써 등을 떠민 것이다.
토토라 불리던 어린 소년은 수도 로마에서 영화 감독 살바토레가 되어 돌아온다.
알프레도가 본심을 숨기려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며 단호하게 내붙였던 말대로
고향과 가족을 뒤로 하고 앞만 보고서 달려온 결과였다.
살바토레 감독이 고향 마을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알프레도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온 마을에서 그는 관에 누운 알프레도를 만나 영원한 안식처로 향하는 길에 함께 했고,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극장 파라디소가 영업을 종료하고 철거되는 장면도 지켜보았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살바토레는 자신에게 건네진 알프레도의 유품을 꺼내본다.
그것은 오래된 영화 필름이었는데, 옛날 상영되던 영화의 검열로 잘려나간 필름 일부를 짜깁기 한 것이었다.
꼬마 시절 호기심을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필름을 이어붙여 마지막 선물로 남긴 것이다.
수많은 키스신이 화면에 지나가는 가운데 감독은 상실의 슬픔과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긴다.
그로써 영화는 막이 내린다.
영화는 막을 내렸지만 나는 감상에 젖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앉아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탓에 감동을 받으면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다.
영화의 전당에서 운영되는 야외 상영회는
늦은 저녁에 상영을 시작하므로 한낮에 뜨거웠던 더위와 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또한 야외라고는 하지만 지붕처럼 천장이 구조물로 덮여 있어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환경적인 감상 저해 요소를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의 광대한 넓이와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개방감과 상쾌한 분위기는 덤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전당 상영관에서 야외 상영으로 영화를 감상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지나온 인생을 돌아볼, 그리고 우리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
'시네마 천국'을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필히 감상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전시 공연 > 체험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여류사진가회 사진전 <골목을 찾다> (4) | 2024.12.14 |
---|---|
부산에서 세계 평화를 외치다! 유엔 주간에 열린 행사들 (0) | 2024.11.12 |
I AM __________ . 나의 정체성은? (0) | 2024.07.09 |
현충일 기념 나라사랑 음악회 연주를 감상하고 와서 (2) | 2024.06.19 |
"그림은 행복을 그리는 내 삶의 동반자" - 에바 알머슨 Andando 展 (0) | 202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