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23일에서 25일까지 3일간 벡스코 제 2전시장에서는
'책과 사람, 삶을 잇다'라는 주제를 달고 북 앤 콘텐츠 박람회가 열린다.
부산경제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마루컨벤션의 주최 하에
100사 150개 부스가 참가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국내외 도서, 아동도서, 독립출판, 전자출판, 아트북 및 굿즈, 만화와 웹툰, 미디어 콘텐츠 등의
8가지 분류로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 등록자와 무료 초대권 소지자에 한하여
무료 입장 또는 입장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기억해두자!
1차 사전 등록자, 무료 초대권 소지자 ㅡ> 무료
2차 사전 등록자 ㅡ> 3,000원
현장 등록자 ㅡ> 5,000원
벡스코에서 열리는 행사 가운데 내가 참여한 대다수가 제 1전시장인 본관에서 이루어졌기에
제 2전시장을 방문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외부에서 길을 지나며 보기만 했던 1, 2 전시장을 잇는 다리를 통해 신관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전시장 1층에는 BOOK & CON 박람회 외에도
로봇 경진대회, 유학 박람회 등 여러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도서 관련 문화 박람회는 대표 색상을 강렬한 빨강으로 선정해서 눈에 금새 띄었다.
회장에 입장해서 가장 먼저 발길이 닿았던 부스가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인생을 자전거에 비유하여서 바퀴는 돌리는 건 내 신체이지만
방향을 잡는 것은 의지이며 정신이라는 글귀가 나를 그 앞으로 이끈 것이다.
사실 고백을 조금 보태자면 부스 앞 즉석 포토 코너 조명장치에서 비치는 불빛 때문이었다고 하겠다ㅎ
부스 뒷편 벽면에는 그 외에 함께 선보이는 출판작들을 소개해 놓았더라.
다채로운 이야기의 아동 그림책을 전시하던 '해솔'
세상을 보는 지혜과 교훈을 담은 작품집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는데,
나의 시선을 단번에 끌었던 책이 아기 다람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린 시리즈물이었다.
각 계절에 해당하는 개별 권마다 테마를 가지고 있어
봄편에서는 자연 환경의 변화, 여름편에서는 제철 음식 등
계절을 나는 지혜를 얻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주요 인물인 다람쥐 라미와 그 친구인 동물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사랑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그림책이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들고 나온 작가도 있었다.
빨간 가방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동화작품은
일반인을 위한 보통책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두 종류로 출판되었다.
나도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손 끝에 전해져오는 촉감만으로 책 내용을 느껴보았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을 이루는 글을 점역했을 뿐만 아니라
삽화를 만져볼 수 있도록 한데 더해서 점자로 그림에 관한 묘사도 하고 있어
작가님의 세심한 배려를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언어 및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으로 들러본 부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잡지를 내보인 곳이었다.
일상, 여행, 서점, 디저트 등 몇몇 주요 관심사들을 그림으로 풀어내고 그림으로 엮은 '화심헌'
카페에서 주문하라며 내놓는 메뉴판처럼 선보일 도서 차림표가 보여 눈길을 모았다.
그림 그리기 방법을 스스로 익히게 하려는 취지로 펴낸 교습책은
일상 사물을 대상으로 드로잉 연습을 하게 안내하는 1단계와
여행지 풍경을 스케치하도록 가르치는 2단계, 두 권의 책으로 나뉜다.
손그림 안내서 가운데서도 내 마음을 들뜨게 한 도서가 이것이다.
여섯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부산을 여행하며 유명 관광지,
지역 랜드마크 등을 그려서 모은 작품집 '부산을 그리다'
이 책을 펼치면 훌륭한 솜씨로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들에 반하게 될 것이다.
항상 작가가 쓴 글을 읽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이야기를 꾸며 책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주제별로 수많은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 카드를 통해서 그 꿈을 실현시킨 제품과 업체가 있다.
활용 지침서만 읽어보면 누구나 손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으나,
도구의 간단한 사용을 통하여서 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게임 등의 형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세트와 지침서로 이루어진 세트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상담 장면에서도 사용이 되며, 학교에서 교재교구로써 활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내면적인 가치를 일깨우거나 바람직한 자질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스 안내 직원분이 나만의 이야기 책 만들기 체험을 권해주어서 소책자 제작을 해보았다.
맨 먼저 카드 낱장의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속지 가운데 다섯 장을 고르게 하였다.
각 장을 꾸밀 문구 도장과 스템프, 필기구는 테이블 위에 준비가 되어 있다.
각 장면마다의 그림에 어울리도록 도장으로 찍은 문구를 넣어 건네면
스프링으로 바인딩을 하여 책으로 엮어준다. 그럼 나만의 이야기 책 완성~!
완성한 나만의 책의 첫 장이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뒤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는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이번 박람회에 몇몇 국내 고서점들도 참가를 하였다.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누렇게 빛바랜 고서들이 진열된 장면은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내가 겪어본 시대는 아닐지라도.
옛날 교과서가 전시된 것도 보이고, 방송 대본으로 여겨지는 책자들도 볼 수 있었다.
표구된 시화 액자, 신문 기사, 수놓은 그림 족자도 걸려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고서점 부스에 멈춰선 어르신들의 눈빛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제목부터 한자로 쓰인 고서들이 멋스럽기는 하나,
가장 인기를 끈 전시 아이템은 아무래도 오래전 교과서였다ㅋ
60~70년대에 출판된 글씨 교본을 펼쳐보고니 그 시절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책가도 병풍과 그에 어울리게 배치된 고가구로 꾸며진 부스도 구경했다.
선비들이 애용했을 법한 집기들이라 장식 없이 간결하고 단정했다.
국권 피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 구약전서를 발견했다.
나는 고서적에 대한 지식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희귀본이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우리 고유의 문자 한글을 주 소재로 부각시킨 참가 기관도 있었다.
전시장 출입구에서 오른편 대각선으로 들어가면 닿는 곳에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부스 하나가 서있었다.
대만의 사진 전문가 쉬충마오가 수집한 희귀 사진을 담은 사진집을 내보인 것이다.
흑백이던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여 그 시대 그 사람들이 살아돌아온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흐릿하던 얼굴이 또렷해졌으며, 입었던 의복의 색도 살아났다.
사진집은 세 개의 주제, '한양 그리고 도시', '전통과 사람들', '망국과 광복'으로 나뉘어 출간되어 있다.
사진 중앙에 놓인 사진집 한 권에는 백범 김구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인사들의 모습과
일제에 의한 항일 의사들의 처형 장면 등이 실려 있다.
부스 전시대 한 켠에는 수집가 쉬충마오의 인터뷰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종군 기자로서 취재중 사선을 넘은 경험으로 인해 얻은 소명을 가지고 한 일이며,
과거를 통해 역사적 오점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11월에 상상마당에서 열리게 될 북페어를 홍보하는 부스도 만났다.
책을 좋아하는 생쥐를 마스코드로 내세워 관련 일러스트에는 온통 생쥐 캐릭터가 등장했다.
안내원 분조차도 생쥐 머리띠를 끼고서 관람객을 맞았다.
만약 '작가가 되어 책을 만들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관람객의 의견을 모아 전시하는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었다.
개인이 구상한 출판 아이디어를 게시한 보드판 앞에는
각종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스템프, 필기도구와 채색도구가 놓여 있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메모지를 마음껏 꾸밀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참신하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굿즈들이 많았다.
꿀 같은 수면을 취하게 해주는 아로마 제품과 함께 수면 일지를 쓰도록 제안하는가 하면,
서적을 펴놓고 패달을 밟는 단순한 행동만으로 간편하게 스캔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도서들과 함께 책상이나 책장에 세울 수 있는 조립식 입체 퍼즐이 구경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출입구 왼편 너른 공간에는 라운지가 마련되어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도,
참가 부스의 도서 컨텐츠를 읽어볼 수도 있었다.
라운지에서 더 들어간 내측 공간에는 강연 장소로 활용되어
매 시간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세미나 또는 클래스가 열렸다.
볼 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했던 제1회 북앤콘텐츠페어.
내년에 차회 박람회가 열리면 또 참여하리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전시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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