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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연/공연 후기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가 끝나고

by 나만의 빛 2024. 9. 13.

 

23년도 입단하여 현재까지 활동중인 합창단의 연례 연주회로

그동안 종일 연습도 불사하며(나는 개인 일정으로 인해 마치는 때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다;)

관객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무대를 선보일 것을 목표로

달려온 오랜 준비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그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해에 한 차례 같은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있어 준비에 큰 걸림돌은 없었지만

예년에 비해 발표회 공연일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충분히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전의 날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전문가 분에게 맡기려고도 했지만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자면 그러기에는 부담이 컸다.

나는 지난 연주회와 마찬가지로 노 스타일링 상태의

일상 모습 그대로 공연 대기실에 들어섰다.

 

미용 기술을 지닌 고참 단원이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나를 불러 앉히더니 즉석 스타일링을 해주었다.

전문 도구도 없이 실핀과 고무줄 하나만 가진 열악한 상황에서

리허설 무대 호출 전 빠듯한 시간적인 틈에 허둥지둥 머리를 매만져주신 결과

그나마 의상에 어우러질 만한 헤어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급조한 무대용 헤어에 셀프 메이크업, 안경을 장착하고서

25회 발표회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새롭게 빨간 드레스를 2부 의상으로 맞추어서

새 복장으로 공연을 하게 된데 약간의 설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다 가족은 물론 지인 한 사람 초대하지 못했던 24회와는 달리

금회의 주제 '가족'에 걸맞게 어머니께 참석을 부탁드렸기에

공연에 임하는 자세가 전과는 달랐다.

공연 곡을 통해서 일상에서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첫 회에 덤덤했다면 두 번째인 이번이 오히려 더 떨리고 긴장되었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막이 올랐다.

관객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정면 중앙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무대에 조명이 켜져 환하게 밝아오자 객석에 앉은 엄마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공연 내내 그 좌석을 향해 시선을 보내어 엄마와 교감하면서 노래를 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첫 번째 무대에서는 가사를 틀릴새라 악보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악보에 눈길이 가다보니 자연스레 고개는 숙여졌고, 공연 후 모니터링을 해보니

굽 높은 신발로 커진 키높이 만큼 고개가 떨구어져 불편해 보였다.

그 점을 개선하려 마음 먹고 있던 나는 가사를 한 소절씩 미리 훑어 되뇌이고 있다가

그 소절을 부를 순간이 오면 지휘자님을 바라보기로 했다.

한 차례의 무대 경험을 통해 요령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1부 공연을 마치고 중간 휴식에 들어가기 위해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엄마가 나를 향하여 손을 흔들어 보였다. 따스한 기운이 마음에서 피어올랐다.

 

지휘자님의 통솔 하에 반주자님의 수려한 연주 선율을 따라서

엄마도 내가 곡을 연습하며 느낀 감동을 전해받았기를 바라며 한 곡 한 곡 불러가다보니

어느덧 준비한 모든 곡의 순서가 끝나 있었다. 

 


 

연이 막을 내리고 중극장 로비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만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주회 선전물로 표지를 꾸민 나만의 악보집과 배너가 함께 나오도록 기념 사진도 촬영했다.

장시간 선 자세로 긴장해 있다보니 표정이 굳어 있는 내 얼굴~ㅋㅋ

 

 

부탁을 드려서 지휘자님과도 한 컷 사진을 남겼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을 마친 후에도 밝은 표정이신 지휘자님~

수줍어 하는 기색이 역력한 어머니~

 

♡ 사랑합니다 ♡

 

멋진 공연을 위해 함께 수고한 단원분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희에게 호응하여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관객 분들 감사합니다.